페트병
- 김용기
물이 빠지자
그렇잖아도 얇은 페트병이
밟힌 듯 찌그러졌다
바람을 불어넣어
복원시키려는 여러 번의 시도
실패했다
입을 맞추는 데 한 낮이 부끄러웠을까
그분도 생색내는 것을 싫어했으므로
밤을 택했다
펴졌다
자고 일어났더니
페트병 찌그러진 모습 온데간데없고
일어서는 소리 들리지 않았는데
반듯하게 펴져 있었다
포기하고
분쇄하여도 뭐랄 사람 없을 텐데
기다렸다가 고쳐주시는 그분은
찌그러지면
기다리고
펴고
쓸만한 재활용품 수리공처럼
내 일상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