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뺀 자리
- 김용기
박을 때는 수직으로 반듯했는데
못을 뺀 후
못 뺀 자리 삐딱하여
외려 얼마나 더 아팠을까
그러거나 말거나 잡아 뺐을 텐데
그분 내려와 삼일 후
그 큰 구멍 보여줘도 모두 긴가민가
못 믿을
못 자국 난 그분 손
한동안 그 언덕에
제자들 꾸역꾸역 올라간 이유
빌라도 망치 소리가 떠 있었기 때문
울고 싶은 제자들이 갔을 테고
그때마다 들려오던 괴성, 신음
'엘리엘리라마사박다니'
성경에 나오는 그때 그대로의 재현
이천 년 지나도록
제자들 요구대로
녹음기처럼 재현해 주시지만
관광객처럼 다녀간다는 하소연
배우가 된 그분
요즘도 더러 우는 제자가 있기는 하다고
귀띔해 주시는데
그 맛에 십자가에 또 오른다는
그분 말씀에 왈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