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며 얻는 것
- 김용기
나무 그늘을 밟으며
올랐다
탁발 바랑에는
어른거리는 속세 궁금증과
흘깃대던 과부 눈길이 반
산길 오르다가 넘어져, 와르르
쏟아졌다
아쉬웠다
바퀴에 바람 빠지듯 허탈
큰 스님은
숨소리만 듣고도 바랑을 알아챘는데
쏟아졌으니 다행
풍경소리가 큰 스님 심통을 알렸다
넘어진 김에
바랑 속 과부 숨소리 모두 털어냈다
미련이 하늘을 서성거렸지만
죽비가 어깨를 후려쳤고
딸그랑 딸그랑
풍경도 스님의 편에 섰다
탁발은 얻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
수행은 그런 날을 잇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