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
- 김용기
식탁 형광등이 깜빡거렸다
세 번만 올렸다 내렸다 해도
한 해에 천 번이 훌쩍
남 위해 빛으로 살았어도
갑자기 온 임종의 첫마디는 원망
고맙다니
당연한 듯 살았는데
저녁밥을 콧구멍으로 먹으며
죽은 형광등을 성토했다
돌이켜 보니
점심은 나가서 먹는다 쳐도
하루 두 끼는 먹고 치우고
지금까지
이만 번, 삼만 번 반복된 일
생각 없이 먹기만 했는데
아내와 형광등이 부딪혔다
순간 눈에 미안함이 축축해졌다
손마디 아픈 이유를 찾은 것
그날 저녁식사는 차라리
어두운 게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