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 김용기
그 앞에 서기만 하면
선명하다
진실은 검은색 커튼 뒤에 있었다
이게 뭐야
이건 뭐야
궁금한 게 참 많은 아이가
천재가 되는 시기다
둔재로 만드는 시기도 이때다
힘 빠진 꼭지가
지붕 위 흰 박을 놔 버리면, 데구루루
실망은 깨진 흰색이다
반복되는 궁금증에
지혜 없는 대답으로 둔재가 되는데
귀찮다는 이유
대답에 사랑이 빠졌다
둘째 아이 때문만은 아니었으리라
마누라는 평생
검은색 커튼 앞에 서지 않았다
꿈꾸던 천재를 포기한 나도
정년퇴직을 했고
아들은 좋아하는 직장을 다닌다
천재 아들을 알아보지 못한 아들
네 살 때다
돌아보니 차라리 아들의 궁금증은
모르는 게 나았다
아내를 용서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