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류와 말하다

- 백수의 얘기를 경청하다

by 김용기

신인류와 말하다


- 김용기



잇새에 고춧가루 낀

남자의 돌아 선 뒷모습을 향해

정오의 더운 바람이 달라붙었다

터덜터덜

뜨거움은 느렸다


대종의 축지법 같은 대화는

빨랐다

끼니 걱정 간신히 뿌리치고 살면서

그는 니체를 말했다

별 상관없는 사람과의 관계성을

유난히 긴 아니리처럼 늘어놨을 때

푼수와 친구라는 걸 알아챘지만

그의 입가에는 흰 침이 쌓였다


그런 그와 점심을 함께 했다

최근 초대된 단톡방에 그가 있었고

생뚱맞은 그림 하나 올라왔을 때

외로움을 간파했다

번개모임을 띄웠고

그가 첫 번째로 붙은 것은 예상했던 일

그 시간 어떤 이는 해외에

또 어떤 이는 깊은 산사에 있었다


찬 커피는 헤어짐의 인사

그에게 한 끼는

짧은 시간에 얻은 기쁨이었을까

식사 후 입술은

오래된 이발소 그림 같다는 생각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더위를 걷는 뒷모습에서

무력감을 감추려고 휘청하는 걸 봤다

혼자 사는 그는 최근 백수다


고달픈 여름 하루는

남은 한 조각도 길었을 텐데

오늘 그는 자신의 품격을 지키느라

최신 단어를 모두 동원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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