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마(琢磨)

- 시를 쓰다

by 김용기

탁마(琢磨)


- 김용기



겨우 돌 면한

마제석기 닮은 칼 하나를

내려다봤다

숫돌에 대면 쉬이 갈리련만

없는 머리를 자책했다

지우개 밥은 수북했고

연필 향내가 오래된 묵향 못지않은데

아직도 마침표 찍지 못했을 때

지루한 하품이 늘어졌다


공식대로라면

뭔가 수북이 쌓여 있어야 맞지만

눈만 껌벅거렸다

그물 따는 선장마누라가 부러웠을까

서성거렸고

시인은 마누라를 외면했다


성큼성큼

달력이 추석에 달려드는데

헛물켜는 소리가 컸다

마누라가 떠벌인 서방은 삼류 시인

신종 자랑이 허망했던 어제는

마누라 생일이었다


마제석기는 좀처럼 갈리지 않았고

눈치 없던 하품

엉겁결에 멈춘 걸 알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