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의 구할은 무시였다
- 김용기
고단해도
대추는 가을 햇살 피하지 않았다
누가 풋대추를
애송이라고 했을까
대추나무는 가까이 봐야
단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덜 익었어도
추석에 낼 만한 자식이었다
다 큰 대추나무를
키 작은 애 취급했다면
잎새 뒤 억센 가시를 못 봤을 테고
분노의 이유가 되어
성질 고얀
대추나무 경계가 시작되었다
억울했을 테니
웅크리고 산 날들만큼
혓바늘 선
고된 날들이 늘어졌을 거다
대추나무 까칠함의 구할은
무시(無視)때문
이른 대추 달착지근한 입 안에서
연민이 오물거릴 때
야무진 대추씨는 혀가 발라냈고
무시라니, 차돌 같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