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이유
- 김용기
"이놈아 비어 있으면,
일은 고사하고 서 있지도 못혀"
고상한 척했지만
뱃속엔 긴
똥 한 줄 채워져 있었다
어려서부터 고왔던 할머니도 그랬다
배가 빈 사람들은 누워서도
꾸역꾸역
시도 때도 없이 먹어댔다
오로지
서 있는 것이 원(願)이었기 때문
모르는 척 지나가도
사람들은 하루에 반은 서 있게 마련
물어보지 않아도
마려울 때까지 먹었고
그 긴 날 동안 출렁출렁
"사람은 말씀을 먹어야 사는 겨"
할머니 말씀 한 치도 틀리지 않은 삶이
줄곳 따라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