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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되리라

- 강문 앞바다 커피숖에 앉았다

by 김용기

모래가 되리라


- 김용기



힘자랑인가

오늘 같은 날 더욱이

밀려드는 겨울 바다를 뒤집어쓰고도

찰싹찰싹 때려도

묵직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듣는 천치

그런 곳 이층에 몇 시간째 앉아 있다


겨우 한 뼘 남았다고

백사장이 곧 좁혀질 듯하다고 외치는

끈질김은 자조(自嘲)일까

남 일에 말 섞기 싫어졌다


오후 세시쯤

해가 따사로워지자

먼 친척이라도 만난 듯 정겨웠는데

이파리 앉은 바람을 해송이 털어내자

바다가 덩달아 흔들어 댔고

앉았던 갈매기가

혼비백산

똥 싸다가 들킨 것처럼 도망쳤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무던하다

모래알을 꿈꾸는 바위가

끊임없이 바다를 뒤집어쓰는 이유인데

그 무모함을

뜨거운 커피잔이 단박에 삼켰다

내 성급함이 뜨거움에 바르르 떨었다

긴 시간,

천치가 옳을 수 있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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