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처럼
- 김용기
겨울이 되어서야
나무 속살을 보았다
바람도 떨며 표정없이 다니는데
잎 푸른 소나무는 엉성하여도
꼿꼿하였다
의리로 선 잣나무도
추사 옆에서 수백 년 함께 떨었다
본래도 소나무 잣나무였고
언 바람 부스럭거리며 소리 내 다녀도
소나무 잣나무인 것을
몇 남지 않은 이파리라고 모를까
유배지 갇혀 있어도 겨울은 왔고
산 그늘에 쉬이 젖는 외로움이야
누구 탓할 일 아니지만
잊지 못한 우정
세한도 든 푸른 잎을 보고 알았다
날마다 두 귀는 사립문 밖 나가
뭘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어색하여
헛기침만 늘었는데
추사 글 읽는 소리보다
문풍지가 더 요동
나 같은 미물이 어찌 곁눈질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