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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곁눈질은 창(愴)이다

- 나의 새 주인

by 김용기

아내의 곁눈질은 창(愴)이다


- 김용기



나를 평가한 것은

새벽기도 빠짐없는 믿음이 아니라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외쳐 주시는 이장님 목소리가 아니라

돈이었다


나를 잰 것은

제 때

밀리지 않고 갚는 원리금 상환과

통장에 찍히던 월급

일부 부채와 자산이었는데

울타리를 나온 지 딱 1년

월급은 끊겼고 부채는 늘었다

그걸 뚫어지게 본 은행원이

단호하게 말했다


풀 죽은 통장을

하찮게 본 것이 감지됐다

옛날이 무슨 소용

신용등급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데


아내의 곁눈질을

걸려온 전화가 막아 주었다

죽은 분들이 내 주인이 된 요즘

신사임당 앞에서는 납작 엎드린다

목화 따는 일

무슨, 투덜거려 본 적이 없다.



*창(愴) :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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