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犬)
- 김용기
제 집 놔두고
아침밥 먹고 나가 싸돌아다니다가
슬그머니 들어와
저녁밥 달라고 보채는 개를
우리 집 개라고 부르는 게 맞나
가끔 친구들까지 데리고 오는 그 개를
제 집 지킬 줄도 모르는데
밥은 왜 주나 싶다가도
주인이니
후줄근하게 다니는 것은 싫었다
나가서 잘 얻어먹고 다니는지
제 밥그릇 엎을 때는
후려 패고 싶은데
손에 잡히는 게 없어서 두리번거릴 때
꼬리라도 흔들어 주면 좋으련만
눈치조차 없다
때 되면 들어와 도둑놈도 지키고
남 오면 짖을 줄 알아야 하는데
밥이나 축내는 저 놈
밥을 줘, 말아
남 얘기라고 쉽게 말하는 거 아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봐
누가 정(情)을 안 주는 건지 모르겠다
"개 팔아요"
창밖에 귀를 내놓고 있다
그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