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
- 김용기
계절은
자전거 바퀴처럼 빨랐고
이번 달에도
돈 되는 보험 하나가
마감시간 되기 전에 깨졌다
예상 밖으로 쉽게 자란 고난 탓이었다
색이 따로 있을 때
흐릿하여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모이니 무지개였다
비는 반드시 그친다는 생각은
집요하였다
늦가을 방바닥은
굴뚝에 연기가 나기 전이었으므로
서늘한 옷깃보다 차가웠다
나뭇잎이 굴렀고
노을도 시계보다 빨랐지만
마누라 걱정은 이번에도
바람에 묻히고 말았다
찬 바닥에 흥건한 기도의 흔적을
떨리는 손이 지웠다
눈물이 멈췄을 때
무지개가 떴을 테고
그곳은 가슴
막연한 꿈이 아니었으므로
유일한 고통 해소제였다
삶은 늦가을 늦은 오후처럼
바스락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