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후 네시

- 힘듦은 빨랐다

by 김용기

오후 네시


- 김용기



계절은

자전거 바퀴처럼 빨랐고

이번 달에도

돈 되는 보험 하나가

마감시간 되기 전에 깨졌다

예상 밖으로 쉽게 자란 고난 탓이었다


색이 따로 있을 때

흐릿하여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모이니 무지개였다

비는 반드시 그친다는 생각은

집요하였다


늦가을 방바닥은

굴뚝에 연기가 나기 전이었으므로

서늘한 옷깃보다 차가웠다

나뭇잎이 굴렀고

노을도 시계보다 빨랐지만

마누라 걱정은 이번에도

바람에 묻히고 말았다

찬 바닥에 흥건한 기도의 흔적을

떨리는 손이 지웠다


눈물이 멈췄을 때

무지개가 떴을 테고

그곳은 가슴

막연한 꿈이 아니었으므로

유일한 고통 해소제였다

삶은 늦가을 늦은 오후처럼

바스락거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