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想像)
- 김용기
째깍째깍, 시계가
시간 묶는 소리를 냈다
물결은 물을
아궁이는 불을 묶느라
일렁이고 타닥거렸다
세월에 가속도는 붙지 않았다
달마다 달력 찢는 소리에
마누라가 멈칫
줄지 않고 묶인 적자에 놀란 것
거친 말에 뒤끝이 있었다
목울대가 꿀꺽
말이 쉽게 넘어간 듯 하지만
억울함이 섞인 똥은 더러웠다
노름판이라고 괜찮았을까
열에 아홉은 입술을 깨무는데
기(氣)가 꺾였고
가슴에 생긴 금
꽉 죈 매듭을 풀어 주지 않았다
무드셀라 같이 오래 산 사람이 있지만
여전히 장례식장은 성업중이다
긴 새끼줄을 꽜지만
매듭이 없으면 풀리는 이유다
살다가 생기는 매듭은 뭘까
멈칫할 때 생기는 마디를 보며
올곧은 대나무를 상상했다
쓰러지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