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짠 이유
- 김용기
아내의 무르팍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그런 옷차림으로 동네를 쏘다녔습니다
속 없이
살피지 않았지만
낡은 속옷에 돈 걱정
장날 좌판을 들었다 놨다
그냥 돌아섰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내라고 부른 지 사십 년
손톱칠 한 것을 한 번도 못 봤는데
굽 높은 구두 한 켤레가 없습니다
애써 편안함을 입에 달고 삽니다
그런 아내가 가끔
미국구경 얘기를 했는데 그것도 뚝
지난가을 큰 애 장가를 보냈습니다
어떻게 보냈는지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습니다
손가락 아프다는 얘기를 흘려 들었고
끙끙거려도 그냥 잤는데
만져보고 놀랐습니다
울퉁불퉁
슬그머니 문 열고 나가야 했습니다
무심한 나는 그의 남편
아내는 그날밤에도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었습니다
TV에 재미를 붙여야 했던 이유를
그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