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 김용기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도
어디 아픈 것처럼 느렸다
앞은 옆이 되고
옆이 앞이 되고
슬금슬금
걷는 모습이 영락없는 게걸음인데
급할 때는
담장 넘는 도둑놈처럼 빨랐다
숨길 것도 많고
지은 죄도 많고
원래 게처럼 모두
옆으로 걷도록 되어 있었다는데
뻔뻔하여
줄곳 앞으로 걷는 사람들은
물어도 대답 못하는 이유가 있다
파란색 여권이 있고
그 안에 여럿 받은 비자가 있고
천국 여권도 가진 내가
어쩌다가
게걸음으로 갈 때 있는데
위선을 벗은 모습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이중국적 넘나들 때
어디 아픈 것처럼 울렁거렸는데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