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느라고
- 김용기
떠난 지 100년 된 별이
도착했다고
그날밤 흥분한 TV가 침을 튀겼다
가물가물
먼 빛만 보이는 별은
열린 창문을 쉽게 넘어오지 못했다
먼 길, 피곤한 탓이거나
숫기가 없거나
예의 바른 탓이리라
아이는 100광년을 가늠하느라
계산기를 눌렀고
떠난 지 몇 백 년 됐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은 별 얘기에
살아있는 할아버지라고 중얼거렸다
죽으면 별이 되는데
밤하늘 꽉 찬 별
가까운 하늘에는 앉을자리가 없어서
나도 죽으면
백광년은 가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생각 깊어진 아이의 긴 밤
누구나 한 번쯤 가위눌렸던 기억이
이빨날 때 물어뜯던 버릇처럼
간질거리며 올 때
새순 돋는 봄은 다시 코앞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