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雨水)
- 김용기
누가 풀었나
언제 풀렸나
눈 맞고
스며든 빗물에 녹슨 자물통으로
무서운 겨울, 잠가 두었는데
누군가 창고를 쇳대로 비틀었다
기지개를 켜다가
서두른 하품에 뚝
등 뒤로 담이 든 봄이
어설픈 두리번거림을 노출시켰다
손끝마다 아린 우수가 움찔
열린 봄이 우르르
언 물 녹은 도랑가에 섰다가
도망간 어제는 우수였다
안개가 눈을 덮었다가 거뒀다가
고개 너머에는 눈이 왔고
시우(時雨)가 온 나라 적시던 그날
물러섬 없는 아내와 다섯 용사는
캔설 캔설
지연 캔설에 집중하던 시선으로
미로 끝 마지막 비행기 한 대 찾아 내
끝내 섬에 도착했다는 소식
짤막한 문자로 전송했다
겨우내 쿵쿵거리던 위층 아이들처럼
답답하게 뛰는 가슴이었을 테니
섬의 승리는 우수거나 말거나
집착이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