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上典)
- 김용기
눈꺼풀만 두어 번 껌벅거리면
닦일 거고
슬그머니 떼어 낸 눈곱이야
CCTV가 모르는 체 넘어가면 되는 거고
눈은 거의 자동
안경의 몽니
이물질이 묻어도
꼼짝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애원해도
만들어주지 않는 눈꺼풀 때문
뵈거나 말거나, 상전(上典)이다
얹혀사는 주제에
손하나 대지 않는 양반(兩班) 행세다
버티면
답답한 주인이 입김을 불어 닦는데
짜장면 냄새 알아챘다
하루 두어 번 안경에게
꼬박꼬박
광산김씨 병사공파 39 세손 종손이
무얼 먹었는지
제사 지내듯 거르지 않고 아뢰는 반복
공손히 모시는 건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