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春分)
- 김용기
이제 추월은 시간문제
방심한 탓이다
찬 바람에 두껍게 언 땅
기어오르리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낮의 착오였다
당하고 보니 파죽지세
그까짓 긴 밤이 아니었다
제 속 드러내지 않으려는 안간힘
토끼를 제친
거북이를 연상하였다
한 때 그의 긴 꿈에 들어가
늘어진 겨울밤을 보낼 때만 하여도
여기기를, 잠꾸러기쯤
낮의 자괴감은 달력에 쓰여 있었다
초조는 무기력해졌고
나른함이 점점 길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으나
저러는 밤과 낮
다들 그냥 놔두는 것은 내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