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그렇게 알았다
- 김용기
오도카니
추위가 갈 때까지 구성없이 서서
마냥 기다리는 줄 알았다
떠나는 날 알려고
힐끔힐끔
달력 들여다보는 줄 알았다
살려고 애쓰는 줄 알았고
경칩쯤에는 일어날 줄 알았는데
나무마다 여전히 죽은 척
아직 발걸음 드문 것을 알아챈 것이다
사람들 얼추 많아지면
부스스
뒤따라 일어나
깜짝 놀라게 하려고 고누고 있는 것
죽은 척, 봄의 기망이다
목 좋은 곳 노리는 상술처럼
봄도
사람들 나서는 걸 보고 일어나려는
론칭 전략
어설픈 봄 아니었다
TV를 보고 공부한 탓도 있을 텐데
거무티티하다고
얕보면 안 되는
물렁물렁한 봄이 아닌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