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尊嚴), 말하지 못하다
- 김용기
병동이 숙연해졌습니다
초저녁 요양병동 한편
가느다란 숨, 멈춘 이가 있고
멈춤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누워 자는 척해도
주검을 추스르는 걸음을
알아차리는 동물적 직관(直觀)
움츠림은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감은 눈
묻지 않아도 숨소리로 알았습니다
그 숨 닮지 않으려고
비교하는 습관을 반복했지만
오늘 낙점은 옆 병상이었습니다
날 밝으면 그 병상
대기하던 누군가 들어 올 테지만
말 걸지 않을 것입니다
며느리 불씨처럼 붙잡고 버둥거려도
기침 쿨럭이는 소리는
의사만 아는 것은 아닙니다
희망은 회복이 아니라
말 없는 천국일지도 모릅니다
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말하지 못한 존엄
자는 척하다가 그날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