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향하여
- 김용기
하루 세 번
어기지 않고 왕께 머리를 숙였다
삼식이라 불렸지만
밥이 왕이기 때문
세어 보니 육만 번 넘게
머리를 조아렸다
삼십 년만 일 해도
인정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훈장은 기대를 안 하는 편이 옳았다
칭찬도,
이렇다 저렇다 말 한 마디 없는 왕은
인정머리 없는 것이 맞다
그러는 사이 기도만 늘었다
그러는 사이 믿음만 자랐다
그러는 시간은 길어졌고
순도 99.9999%의 감사
왕에 대한 유일한 흔적으로 남았다
훗날 사리(舍利)도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헛웃음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