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 2푼 이면 족하다
- 김용기
이정후도 0.34할이었고
장효조가 0.33할이었다
수 만 명 야구선수가 있지만
공 열 개 중에 겨우 세 개 치고
으스댔다
장마다 꼴뚜기라니
살면서 산도 있고
골도 있다
친구 같은데
저쪽에서 고개를 튼다
쓰레기통 뒤지던 할머니가
쉬다가
먹던 과자 하나를 건네주셨다
덥석 받아 들고 돌아서서 울었다
복잡했다
손가락질도 해 봤고
큰 일도 해 봤다
많은 월급도 받아 봤던
예순네 살 청년인데
세상은 어느새 나이를 본다
내가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몸이 불가촉천민으로 전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고마웠다
내가 나를 칭찬했더니
즐거움이 옥상에도 있었고
곰팡이 슨 지하실까지 내려갔다
모두 사랑하지 않기로 했다
전부 만족하지 않기로 했다
3할 이면 최고
1할쯤 돼도 창피할 일 아니다
그래도 목표는 0.32할쯤
장효조보다 조금 낮춰 잡았다
요즘 내 숨소리가 무척 차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