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복잡하다
- 김용기
터미널 감싼 빈 택시들
기다리다가 배가 꺼지고
기다리다가 느닷없이 오줌도 마렵고
기다리다가 하품도 났으련만
줆이, 거북이걸음보다 느려도
하늘 원망하다가 멈추고
그러려니 하다가
빈 지갑에 속이 복잡해진다
아침부터 섰는데
대학병원은 긴 줄로 유명하다
붙인 엉덩이 줄어들 줄을 모르고
지루함에 병 도지겠다
남들 진료시간은 기차보다 길고
내 진료시간은
목구멍 꿀떡 넘어가듯 빠르니
아쉬움 말 해 뭣하랴
손님 기다리는 택시 마음
의사 기다리는 환자 마음
속 모르고 타는 택시 손님이
뭔 죄며
환자 속 모르는 체하는 의사가
뭔 죄인가
복잡해도 역지사지
복잡하다는 말 못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