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이 곱다
- 김용기
뽀얀 목련꽃 예쁘다더니
금세 바뀌었다
벚꽃이 제일이란다
늦봄 수선화 꽃말에 또 젖었다
변덕스럽다
곡우너머 어머니 산소에 가면
넘어지던 아내를 알았다
할미꽃 만지작거렸다
줏대 없이 말 바꾸는 이유
꽃말이야 있고 없고를 떠나
실망할까 봐
외로워할까 봐
시들면 미워질까 두려워
담아두려는
소녀같은 아내의 말은 가늘고 느렸다
그렇다고 바뀌지는 않았다
꽃을 보는 눈
날창날창한 입술
나이 먹어도 안 변하는 심지는 있었다
나는 고상한 저이에게
몇 번이나 바뀌고
또 잡혔을까 생각했지만
평생 기름밥 먹고 살아 온 내가
버티고 산 것, 용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