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 김용기
밟혀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밟아 죽이지 않았으니
사랑이다
거기 앉을 때 목숨 걸었으니
목숨 질기다
고와서, 차마
내디딘 발 밟지 못하는 다급한 허방다리
어젯밤에도 어둠 속
술 취한 걸음 몇이 흔들렸을까
멀쩡하였다면 재수인가
도우심인가
하필 바쁜 길 한가운데
보도블록 눈 메꿈 한 틈새에
민들레꽃 한 송이 피었다
너무 맑아서
나라도 못 밟겠다
느리게
길고양이 우는 소리가 여럿 들렸고
가로등 꺼진 밤
절정인 민들레꽃 노란색이
아슬아슬하다는 걱정
꿈속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