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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꼬리

- 버려짐은 순리였다

by 김용기

배추꼬리


- 김용기



잘린 배추꼬리 한 토막

슥슥

흙 묻은 한 조각 입에 넣은 어머니는

달다고 하셨다

입맛 다시는 어린 입안으로

그다음 조각이 들어왔을 때

매운 배신은 체험이었다


박새둥지에서 자란 꾀꼬리처럼

저보다 큰 배추를 키운 배추꼬리에게

조바심이 있었다

고랭지 경사진 밭을 지탱했고

물도 양분도 부르트도록 퍼 올렸지만

서리는 칼보다 무서웠다


오냐오냐, 기울어지지 않게 키웠다

석 달 열흘 맑은 물만 보냈고

걸러진 것들 가로막아

막아내는 일

시집살이만큼 고달팠지만

단칼에 버려졌다


누구나 배추김치 고소함을 말하지만

배추꼬리 지고지순은 기억 못 했다

배추꼬리 매운 이유 알지 못했다

어머니 배신은

일종의 감사 표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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