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 김용기
뽑히지 않으려는 안간힘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가 잡히는 머리끄덩이와
허리춤 아니었지만
원래 먼저 자리 잡은 저들 땅이었다
잡초라고 불렸으나
자기들끼리는 따로 부르는 이름
긴 이름이 있을지 누가 알랴
아무 공로 없이 죽을 때 가장
서럽고 억울한 저들이었다
운명이 재천(在天)이라면
하늘은 온통 잡초뿐
무전유죄를 주장하는 잡초의 항변은
민초들에게도 힘이 되었다
힘 있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걸 모르는바 아니지만
곧 뒤집힐 잡초의 꿈은
저들이 살아가는 힘
애초에 필요 없는 풀이란 없었으므로
가로질러 건너는 광야는
외로움 견뎌낼 수 있는 근거다
버림받은 저들 시간의 나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