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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미줄의 의미

- 한담객설(閑談客說)

by 김용기

어떤 거미줄의 의미


- 김용기



버드나무 늘어진

가지 끝

거미가 거기 보일락 말락 한

새 줄을 쳤다

전쟁에서 졌거나

통찰력이 있거나

그걸 내 카메라가 발견했다

어디서 와서 거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짐작하는 데에

긴 시간을 썼다

눈먼 날벌레 몇 마리

얻어걸리면 횡재였을까

미물의 의지에

잠잠했던 5월의 바람도

거미를 위한 배려였을 거라는

자연의 자상함은 농구공만큼 컸다

사람의 눈에 띈 날부터

꼼짝없이

울타리 갇힌 동물처럼

소심한 구경거리가 되었는데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이 아마

거미줄로 짰을 거라는

애들 같은 생각이 스쳐갔지만

월요일은 바빴다

출장이 이어졌으며

돌아온 후에도

거미줄을 기억할 정도로

여유로운 날은 그 후 없었다

삶의 방식은 그렇게 서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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