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어(木魚)
- 김용기
허공에 매달려
몇 년을 더 살 텐가
물 떠나 목은 마르지 않은가
버리다가 남은 속세 찌꺼기
행자의 생선 비린내가
멋쩍게 힐끗
절밥 먹던 사내가 객쩍은 듯 또 힐끗
살생은 면했지만
씹히지도 않을 만큼 바람이 말린
목어의 명(命)이 질기다
입맛 다시다가 떠난 주지가
몇 명인지 세어보지 않았다
바뀌고 바뀌어 왔다가 갔지만
목어의 장수를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주지 말고
방장스님 말고
하찮은 당목(撞木)과 교분만 해도
마른 목어 울음 청아하다
그 덕에
물 없이 천 년 살았을까
눈치 빠른 목어가
겸손하다
새벽 당목에 다소곳, 신음이라니
얼마를 더 살지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