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이 없다
- 김용기
얼떨결에라도 들여다봤다면
낙담했을 테고
절망이 풍선처럼 커질
슬픔을 향한 엘리베이터 배려다
남이 나를
뚫어지게 봤다면,
감당 못 할 두려움 미리 알고
엘리베이터가 거울을 걷어냈다
병원에서는
내 모습 보지 않는 것이 약
내 모습 보여주지 않는 게 매너
사돈 만났을 때
뱃속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민망했던 것처럼
덜 회복된 병원 얼굴을
뵈고 싶지 않을 때
보고 싶지 않을 때
뗀 거울은 사랑이다
거울 없는 엘리베이터는 명의(名醫)다
민망함 말할 것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