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월
- 김용기
이(齒)가 다 빠진
스승 상용(商容)의 나이 구십
벌린 입 안에 혀만 남아 있었다
강한 것은 없어지고
약한 것이 남는다는 깨우침을
노자(老子)가 알아 들었다
단단한 이(齒)가
고기 한 조각 욕심이 났을까
잇새 끼고 있었지만
전철 내내
요리조리 밀리고 치이고
부드러운 혀를 이기지 못했다
마지막 역에서 물러섰다
혀의 승리였다
노자의 유약겸하(柔弱謙下)를 가르치듯
이산 저산 퍼 나르는
오월 뻐꾸기 소리가 섧다
강한 그들은 죽었고
약한 자들의 역사는 살아남았다
흐드러졌던 아카시아 꽃이 시들자
하얀 최루탄 가루가
도로마다 화들짝 거리던
마흔네 살 그 오월이 다시 피었다.
*유약겸하(柔弱謙下)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고
겸손함이 오만을 이긴다는 노자의 가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