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밥집 황사장
- 김용기
제발
그만두라고 타일러도
감추면 찾아내는
밥집 황사장네 파리채가 애물단지다
손님 없구나 싶어
혀 차는 소리
남들 이목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민망하여
손님 다녀간 식탁 위 설거지도
눈치껏 늦추는 판인데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직원들 눈치가 슬금슬금 구 단이다
막지 못하고
곧 다시 만나자는 인사만 깍듯이 했다
애꿎게 그릇 닦는 소리만 하염없이
닳아서 얇아질 듯
마누라 끓이는 속을 닮아가고
게으른 파리는 자꾸 새끼를 쳤다
좁은 동네에
이쪽은 비 오고
저쪽은 해가 뜨는
요즘 날씨만큼이나 갈팡질팡 인내가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 생기는 흠집
밥집 황사장 파리채가
오월의 느린 허공을 또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