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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관리인

- 엄마의 비밀번호

by 김용기

엄마 관리인


- 김용기



어지간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엄마 비밀번호는 비밀이 아니었

있어야 된다니 만들었을 뿐

비밀이 아닌데

그것 하나로 여기저기 다 쓰니

맘만 먹으면 집 한 채 날아가도 모를

동네 우물이다


회의시간에 오는 엄마 전화는

영락없다

하나뿐인 그것 하나도 잊으시고

또 물으신다

여기 은행인디,

뭣이냐 그거 뭐다냐

그나마 남만 모르니 다행

알려주는 놈이 있어서

뿌듯하신 게다


엄마 이메일을 가끔 들여다본다

만든 까닭이야 뻔하지만

그것조차 모르고 편하게 사신다

그거 있어야 된단다, 하시던 분이

쓰레기가 얼마나 쌓였는지

알 리가 없다

도둑놈이 알면 고마울 텐데

아직 사고 난 적은 없다


쓰레기 치워드릴 때마다,

은행 가서 전화하실 때마다,

친구들 만나 쿠팡 한다는 자랑

그럴 때마다,

그때마다,

나는 엄마 관리인이 된다

남들 앞에서 자랑거리인 나는

엄마 관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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