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2
- 김용기
잔디밭 들어갔다고
뽑혔을 뿐이다
고추밭 매운맛을 몰랐을 때
키가 크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수 대 째 터줏대감
넋 놓고 있었으므로
뽑힐 거라는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애초 잡초였을 리 없다
귀한 집안 출신
뽑히지 않으려고 버티는 잔디와 달리
거절 못하고
멱살을 잡혀도 순진하여
왜 그런댜,
한 마디 못하는 성격 탓
만만하게 봤을 것이다
아팠을 테고
자존감 떨어졌던 그 순간
버티고 저항했더라면
잡혀 뽑히고
잡초로 불리는 일은 없었을 것을,
조상 탓 있다
무슨 소리, 잡초도 꽃 핀다
저들, 세상 첫 나들이 할 때
다가가 예쁘다고 속삭여 주었더니
소심하게 흔들었다
입신양명하면 언젠가
귀한 약초 될지 알 수 없는 일
다만 다닥다닥
인정머리 없이 느는 커피점처럼
우후죽순은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