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점조정(零點調整)
- 김용기
찬 이슬 맞은 새벽 말씀을
귀에 넣고
가슴에 옮겨 담기를 매일 반복하지만
책망도 헛수고
세상 향한 발걸음은 지난했다
중구난방,
표적지 이쪽저쪽 맞히는 훈련병처럼
조정하여 다시 쏴도
이쪽에 쏠리고
다시 저쪽으로 쏠리고
이리 줘봐,
교관이 대신 쏜 영점조정
정확한 탄착군이 형성되었으므로
총 문제 아니었다
장미꽃 붉은 오월은
생각이 많은 달이었던가 보다
나이 든 바둑기사의
낮아진 기보를 닮았던 걸까
아침까지 치고 올라온 새벽이
다들 수월해졌다는데
나는 끊임없이 좌 클릭
또 우 클릭
산탄(散彈) 난 말씀 모으느라
영점조정 하다가
꽉 찬 오월이
마지막 주까지 왔다
날마다 다시 시작했던 것처럼
내 나이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고집만 굵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