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지론
- 김용기
살면서 한 번은
잇새에 낀
질긴 김치줄거리 하나 빼내라고
엄지와 검지에게
시킨 적 있었으리라
돈 세는 일을 엄지와 동업하다가
자동화 후 손을 뗐고
담배 끊었을 때는 중지와
춤을 췄는데
몇 번 덴 경험 때문이다
손가락질은 여전히
아무나 시킬 수 없는 검지 몫이다
송곳니 사이 끌려 들어갔을 때
느낀 자괴감은
일절 무시되었으므로 검지도
코를 파고
귀를 파서 비볐던 일 시치미를 뗐다
숨기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아무 일 안 하는 약지가
금반지를 꼈고
욕 잘하는 중지에게 밀렸을 때
일종의 질투, 보복이었지만
물어보지 않았으니 죄는 아니다
엄지는
온 나라가 공통으로 여기는 제일
엄지 척 특허는 늦었다고 본다
그나저나 손가락질 줄이라는 지적
여간 스트레스가 아닌데
역지사지,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