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미

- 빨간 장미의 이유는 단순했다

by 김용기

장미


- 김용기



스물몇 겹 꽃잎은

철옹성이었다

장미 안에 장미가 있고

꽃잎 앞에 꽃잎이 겹겹이 둘러 서서

장미가 지키고 싶은 것 무엇이었을까

유심히 보았다


허세인가

본능인가

의무일까

계약인가


까만 심지 하나 세워 놓고

어두운 밤 질 때까지

제 몸 불에 던지는 촛불을 봤다면

살아날 가망 없어도

심지를 위해

마지막 바닥에 엎드리기까지

그런 촛불의 마음이었을까


남의 집 울타리 기대어

남들 다 있는 흔한 암술이라고

외쳐 말해 주어도

그것 하나 소중하여 앞 뒤로 빨갛게

둘러치고 서서

억센 가시까지 돋우며

시들어 죽기까지

그렇게 촛불을 닮고 싶었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