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 김용기
스물몇 겹 꽃잎은
철옹성이었다
장미 안에 장미가 있고
꽃잎 앞에 꽃잎이 겹겹이 둘러 서서
장미가 지키고 싶은 것 무엇이었을까
유심히 보았다
허세인가
본능인가
의무일까
계약인가
까만 심지 하나 세워 놓고
어두운 밤 질 때까지
제 몸 불에 던지는 촛불을 봤다면
살아날 가망 없어도
심지를 위해
마지막 바닥에 엎드리기까지
그런 촛불의 마음이었을까
남의 집 울타리 기대어
남들 다 있는 흔한 암술이라고
외쳐 말해 주어도
그것 하나 소중하여 앞 뒤로 빨갛게
둘러치고 서서
억센 가시까지 돋우며
시들어 죽기까지
그렇게 촛불을 닮고 싶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