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버지
- 김용기
이리 가고 저리 가라
곧장 가거라
살펴보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아버지 당부였다
아버지보다 무서웠다
딴전 부리다가는 큰돈 드니
아버지 말씀보다 더 잘 따라야 한다
신호등이다
긴 잔소리
하신 말씀 또 하시던 아버지보다
권위도 있고
두 번 반복하는 법 없는 단호함에
오른발 늘 저리다
헛 배웠다
경찰서장에게 용돈 자동이체 할 때마다
투덜거리는 아내를 봤다
위에서 버티고 있는
저 인정머리 없는 신호등을
언제까지 큰아버지처럼 받들어야 할까
살펴보다가
한갓진 곳에서는 슬그머니 쓱,
큰아버지 아닌 척
머쓱해하는 날도 있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