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큰아버지

- 신호등

by 김용기

큰아버지


- 김용기



이리 가고 저리 가라

곧장 가거라

살펴보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아버지 당부였다


아버지보다 무서웠다

딴전 부리다가는 큰돈 드니

아버지 말씀보다 더 잘 따라야 한다

신호등이다


긴 잔소리

하신 말씀 또 하시던 아버지보다

권위도 있고

두 번 반복하는 법 없는 단호함에

오른발 늘 저리다


헛 배웠다

경찰서장에게 용돈 자동이체 할 때마다

투덜거리는 아내를 봤다

위에서 버티고 있는

저 인정머리 없는 신호등을

언제까지 큰아버지처럼 받들어야 할까

살펴보다가

한갓진 곳에서는 슬그머니 쓱,

큰아버지 아닌 척

머쓱해하는 날도 있기는 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