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길에서
- 김용기
제 하늘 넘어 온 것에 대하여
서로 공평함을 인정
나무끼리 주먹다짐했다는 말
들어본 적 없다
전나무는 뾰족하게
느티나무는 넓적하게
떡갈나무는 그 틈 교묘하게
파고들었는데
땅처럼
하늘 등기부등본 들이댈 정도로
무식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얽히고설킨
땅 속 사정이야 알 수는 없었으나
산이 뒤집어진 적 없으니
그러려니, 믿는 것
그들 심성 틀리지 않았다
감히 장미꽃 옆에 붙어서
개망초가 눈치 없이 꽃을 피웠지만
인도로 치면
브라만과 수드라의 차이라는 걸
장미가
망촛대가 몰랐을 리 없다
시든 다음에 슬그머니 들이미는
개망초 눈치를 장미도 안다
법 없이 사는 저들 방식이다
산 길 가다가
행여 돌멩이 함부로 차지 말라고
당부하는 글을 읽었다
나이 든 할아버지뻘이라는 얘기다
하찮은 소리에
소심하다는 생각을 떠올리다가
시가 사납다는 말
듣지 말라던 아내가 눈앞을 지나갔다
시는 몰라도 법 없이 사는 사람인데
산 길 아침 걸음을 멈췄다
한 걸음 손해를 봐도 좋은 시간
아내가 나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