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때
- 김용기
그까짓 눈 한송이라고
쉽게 말했다면
그들 곧, 하나 둘 모일 테고
숨 안 쉬고 내린 눈송이 하나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할 때
천 년 된 소나무를 쓰러트린
잴 수도 없는 눈 한송이 무게를 두고
그때는 뭐라고 둘러대려고
네 눈물
내 눈물 한 방울을 두고 고작이라니
간절하게 쌓여 두꺼워지면
보시고
저것들 일 내겠구나 하시며
그 기도 들어주시지 않겠느냐는 거야
그까짓 눈 한 송이가 길을 막고
산을 덮은 것처럼
고작이 아니라는 거지
쌓여 두꺼워지면
요즘은 너무 일러서
새벽도 아녀
졸음도 순식간에 달아나는 좋은 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