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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Jul 14. 2024

그깟 옥수수 한 그루가 아니다

- 분수

그깟 옥수수 한 그루가 아니다


- 김용기



겨우 한 살

하룻강아지 주제에

겁도 없이

어른들 지나다니는 길 목에 서서

시커먼 수염 드러 낸

옥수수 배짱은 만용이었다


가차 없이 잡아당겼고

다 뜯겼다


버르장머리 없고

싹수없으면 애당초 잘라버리던 내력

조선에 있었다


서리 내릴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한 여름 옥수수밭에서

조금이라도 나이 든 체하는 옥수수는

내버려 두지 않았다

뜯어 내고 걷어 내고

애늙은이 같은 옥수수의 수난

처서(處暑)에는 마무리되는데

시퍼런 예절교육을 해도

이듬해 도로 제 자리

씨가 봄보리씨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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