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옥수수 한 그루가 아니다
- 김용기
겨우 한 살
하룻강아지 주제에
겁도 없이
어른들 지나다니는 길 목에 서서
시커먼 수염 드러 낸
옥수수 배짱은 만용이었다
가차 없이 잡아당겼고
다 뜯겼다
버르장머리 없고
싹수없으면 애당초 잘라버리던 내력
조선에 있었다
서리 내릴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한 여름 옥수수밭에서
조금이라도 나이 든 체하는 옥수수는
내버려 두지 않았다
뜯어 내고 걷어 내고
애늙은이 같은 옥수수의 수난
처서(處暑)에는 마무리되는데
시퍼런 예절교육을 해도
이듬해 도로 제 자리
씨가 봄보리씨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