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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雨)를 추적하다

- 비는 수입품이다

by 김용기

비(雨)를 추적하다


- 김용기



부족하여

구할을 수입하지만

일종의 밀무역이었으므로

비(雨)의 무역역조,

해마다 내비뒀다

기우제로

다급한 신용장을 보냈을 때

비가 오지 않았다면

왕(王)은 해임을 받아들여야 했다


공급 과잉으로 홍수가 났다

나눠서 보내달라는 요청도

막무가내

납기가 촉박하여 밀려올 때

태풍 동원은 예사였다

쌀값이 오르고

무른 배추값이 뛰고

예상이 틀려 돼지가 떠내려가도

미안혀어

이 한 마디 하는 이는 없었다


반송도 안 되고

해우소 뒷물로도 못 쓰는

변한 것 없는 여름 장마가 끝나자

당국은 직원들을 시켜

흰색으로 구름을 바꿔 칠하고

하늘색 골라내느라 땀을 흘리는데

속 보이는 짓이다


다소 높은 산동네는 한숨 돌렸고

없이 사는 사람들은

반지하에서 숨죽이며 살았는데

세월이 섞여도

바뀌지 않는 법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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