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안개

- 안개의 이유

by 김용기

안개


- 김용기



무언극의 무대였다

소리 없이 뭉쳤다 헤어지고

다시 모여들 때

시나리오 두께는 가늠할 수 없었다

군무(群舞)는 도둑같이 빨랐고

음악으로 치면 안개는

악보 없이도 비바체로 달렸다

생각에 잠긴

늙은 철학자같이 무겁고 느린

태생이 변덕꾸러기였다

안개가

무대를 빠져나가려는 시도는

발버둥 칠수록 허사

허튼 생각 일절 중단했다

새벽 콩나물 배달이 급하더라도

서두르지 않는 습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를 이기는 것은 오직

느릿느릿 기어오르는 민머리 해 뿐

그 후 사람들은

궁금해할수록 가슴이 뛰었으므로

안개에 대한 분석 그만뒀다

출근이 멈춘 요즘 내 안 아침 안개와

같지는 않을 테지, 설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