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於中間)의 내력
- 김용기
돈 꾸려고
남의 집 앞에 서 있을 때 심정
모를겨
대답이 어중간 헐 때
말까지 더듬었던 기억이 생생혀
말똥말똥
입만 쳐다보고 있었지
아침에 책가방 들고 서서
손 내미는 웬수 같은 딸 년 때문에
곤란한 적이 한두 번이었겠냐구
큰돈은 아녀
시집가서 잘 사는디
여태 중앙에서 일 혀
백제가 쳐들어오면 그 편
신라가 이길 것 같으면 저 편
고구려도 어쩔 수 없었댜
변방의 국경 근처 사람들은
말 잘하면 죽이니께
그래서 말도 느린 거랴
부역(附逆)이라니, 사는 방법여
통일 후로는 들 혔겄지
등골 빠지게 살았어
이 박복한 처지를 누가 알겠냐구
그 덕에 죽잖고 살아남았지
안 힘든 사람 오디 있간
비로봉이 뭔가 올 듯 말 듯
어중간 허네
뜨뜨미지근 허다는 소리 잘 알어
근디 잘 들으면 뼈가 다 있어
속 없는 말은 읎는 겨
김유신이 죽었고
계백도 동상만 우뚝 섰는디
또 다른 삼국시대가 생긴 게 분명 혀
말이 계속 어중간해 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