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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론(乾達論)

- 건달을 통한 삶의 반추

by 김용기

건달론(乾達論)


- 김용기



밑에서

잔심부름이나 하는

작은 건달에게 자부심이란

단물 빠진 껌을 뚫고

찍 찍

잇새로 말간 침 뱉어 내는 행동을

우쭐하게 여기는 것

순간 그에게서

한쪽 다리를 세워 들고

영역표시를 하느라 오줌을 싸는

포유동물이 연상되었다

건드릴수록 힘을 더 주는

말미잘 촉수 같은 반응은 본능

비아냥거림을 못 알아듣는 그들

삶은 옥수수쯤으로

삶의 문외한을 생각했으나

배반하지 않는 순수는 진심이었다

개다리를 떨어도

큰 건달을 향한 꿈은 단호했다

맹목적이었을 것이므로

언젠가 불쏘시개가 되더라도

나무가 되겠다는 구호는

미덥지 않았으나

그들에게 카타르시스는 갈급한

신앙이었다


배 깐 에어컨 바람에

길게 늘어진 여름이 결국 지나갔다

일수 찍듯 어김없이 하루를 세는

작은 건달들조차

더운 믿음 지켰는데

바로 눕고 돌아 누워 찍었던

한 여름 비파괴검사에 한 번도

드러나지 않는

내 믿음의 실타래는 어디가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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