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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기 Sep 29. 2024

고엽(枯葉)

- 가을을 듣다

고엽(枯葉)


- 김용기



바람이 낙엽을 올라탔다

그러지 않고서야

바르르

떨어지다가 빙그르르

이유가 없다

아침에는

나이 어린 바람이 돌아다녔다

곧 싫증이 났을 테고

그러다가 말았다

덜 마른

이슬 묻은 낙엽이 밟히면

그 소리도 좋았다

우수수

낙엽이 떼로 돌아다니다가

더듬거던 눈이

나무 사이를 빠져나가는 오후는

더 느렸다

걸음이

낙엽이

바람이 주춤거릴 때

흰건반에서

검은색 건반으로 느리게 가는

반음의 낮은 가을이

두 귀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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