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 김용기
비 맞지 않은 것 말고
번개 피한 것 말고
세상 잡다한 소리 안 들은 것이
큰 자랑
해를 봤나
바람소리 듣기를 했나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세상 지저분한 냄새에 갇혀
한 일 이라고는 기껏
먹고 자고
먹으면 자고
돼지 크듯
토실토실하다는 말이 그중
괜찮은 칭찬
탐스럽다는 말 일절 없는
야박한 인심이었다
자격지심일 수도 있지만
소심하여
굼벵이와 친했다
사과, 포도는 이름도 외자였다
모두 과일이라고 불러 주면서
채소라고 할 때
고구마 소외감 더 컸다.